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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만들기

[그림] 매일 매일 그리기 3월 2주차

일상예술가 2012. 3. 18. 14:51

'매일 매일 그리기'라는 제목과 달리
매일 매일 못 그리는 경우도 생기는 군요. ^^

그래도 매일 매일 그리겠다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3~4장은 그립니다.

3월 2주차까지의 그림들 사연과 함께 소개합니다.




2012.3.4  청소기

휴일 오전.
청소기를 돌린다.
어째 상태가 영 시원찮다.

구입 후 처음으로
가득 채워진 먼지통을 비운다.

세상에나!!! 축구공만큼 큰 먼지 뭉치가 나온다.
이 먼지가 전부 우리집에 있었단 말이냐?
다음부터는 야구공 크기가 되면 비워야겠다.

매일 매일 청소해도 먼지가 이렇게 생기는데
가끔씩 청소하면 먼지가 전부 뱃속에 들어가겠네.
나중에 뱃속에서 먼지공 나오겠구나.








2012.3.8 펌프

창고 구석에 쳐 박혀 있던
바람 빠진 축구공.

비상계단 난간에 메달려 있던
비실 비실 자전거.

한때는 신나게 같이 놀던 이녀석들이
최근 몇달간 자기 구실 못하던 터라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미웠다.

싸구려 중국산 펌프 하나 사왔다.
빨래집게 모양 꼭! 찝으니
작은 구멍으로 바람이 슉슉~ 잘도 들어간다.

1분도 안 돼 금방 쌩쌩하게 되살아난다.
언제 찌그러져 있었냐는 듯이 살아났다.

니들이 미운게 아니라
내가 미운 거였구나.

바람 빠져 힘든 사람들을 위한
펌프는 왜 없는 걸까?







2012.3.10 저글링.

누가 그랬지.
인생은 저글링과 같다고.
그래서 일단 3개 돌리는 연습중이다.

가족. 일. 개인의 균형잡기.

속초 가족 여행와서
하루 종일 신나게 돌아다니고
만난 것 먹고
가족들 모두 잠든 시간.

나는 이불 위에서 저글링 연습하고
가져온 그림도구로 예술하고.

재미지다.
이런 게 행복이지.
인생 뭐 별거있나





2012.3.12 배려

오늘은 아내느님의 탄생일.
아내의 지인이 별다방 기프티콘을 보내주셨다.

혼자 먹으면 재미없으니
서방님과 함께 먹으라며 2개를 보내주셨다.

너그럽고 배려심 돋는 그분 덕분에
우리 부부 잠시나마
생일기념 된장부부 놀이를 했다.

고맙습니다.!







2012.3.16  창작 도구

무엇인가를 창작하기 위한 도구 중
가장 정직하고 가볍고 저렴한 것이
바로 펜이다.

쉽게 구할 수 있고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고
손의 움직임을 따라
그림도 글도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들은 정직하다.
그들은 잔꾀를 부리지 않는다.
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내가 생각한다.
내가 결정한다.
내가 명령한다.
내가 그들의 주인이다.

창작의 본질은
내가 도구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2012.3.17 시계

토요일 오후
강남역 카페베네.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나 남아
조용히 책을 읽고 싶었지만
옆자리 버터발음 여인의 신세 한탄에
글자가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책읽기와 옆자리 이야기 듣기는
모두 좌뇌를 사용하는 활동이라
한꺼번에 하는 것이 불가능.

책을 덮고 스케치북과 휴대용 물감을 꺼내
벽에 보이는 커다란 시계를 그린다.

좌뇌와 우뇌가 자신의 임무에 돌입한다
오 신기한 체험.
그림 그리는 것에 몰입하는 동시에
벽돌 하나하나를 그리며
옆자리 여인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들린다.

사연인 즉,
뉴욕에서 유학까지 마치고 왔는데 백수라는 것
자기보다 영어도 못하는 X는 취업을 했는데
왜 자기는 안되는지 모르겠다는 것.
엄마가 사지 말라고 했는데 OO을 카드로 질러 버렸다는 것
미국으로 가버리고 싶다는 것
아빠에게 돈이나 달라고 해서 여행이나 다녀야 겠다는 것.
미국에서 놀 때가 그립다는 것. 등등

미국생활을 했으니 영어는 잘하겠지만
세상은 그리 녹녹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 덜 배운것 같다.
이 친구의 삶에는 스펙만 있을 뿐, 스토리가 없었다.
더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을 뿐 나눠준 이야기가 없다.
버터발음은 있었지만 지혜는 없었다.

결론.
카페에서 그림 그리면 옆자리 이야기가 잘 들린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