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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삼성병원 3박4일 갑상선암 수술 체험기 본문

일과 사람들

강북삼성병원 3박4일 갑상선암 수술 체험기

일상예술가 2011. 10. 3. 21:48
갑상선이란?
우리 몸에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을 내분비 기관이라 부릅니다.
이러한 내분비 기관으로는 각종 자극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
당뇨병에 중요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스테로이드를 분비하는 부신 등이 있습니다.
갑상선도 내분비 기관중 하나로, 갑상선 호르몬을 생산,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혈액으로 내보내는 일을 합니다.

갑상선은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해 인체 내 모든 기관의 기능을
적절하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분비되는 호르몬 양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기능 항진증이나
기능 저하증 등의 질환이 나타나게 됩니다.




갑상선 결절과 갑상선암

갑상선이 부분적으로 커져 혹이 생기는 흔한 갑상선 질병으로 인구의 5% 내외에서 발견됩니다.
대부분의 갑상선 결절은 양성이며 악성(암)인 경우는 전체 갑상선 결절의 5% 정도에 불과합니다.
갑상선암(악성)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되면  즉시 수술을 하여야 하나
양성 갑상선 결절에서는 갑상선 기능은 거의 정상인 경우가 많아
결절이 매우 커져서 주면 조직을 눌러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은
단지 미용상의 문제만이 될 뿐 결절 자체가 건강에 해를 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남자에게는 갑상선 결절이 생기는 경우가 적으나 일단 결절이 있으면
여자보다 남자에게 암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갑상선암은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습니다.


건강검진을 통해 갑상선 결절 발견!
2011년 8월, 여름 휴가 후 회사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작년과 달리 갑상선 초음파를 유난히 오랫동안 자세히 관찰하더군요.
종합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3차 기관 진료의뢰서를 받고 바로 예약해 주었습니다.


세침법조직검사하기

2011년 9월 초, 회사에서 가까운 강북삼성병원 방문.


가는 바늘로 갑상선의 조직 일부를 떼어내 검사하는 세침법 조직 검사 시행 후
1주일 후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7mm 정도 결절이나 모양이 심상치 않아
외과 윤지섭(완전! 잘생김, 삼성병원의 정우성. 우리 아내도 인정!)선생님과
상담후 수술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윤지섭 선생님은 짧고 확실하게 이야기 해 주셔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암 확률 70%, 수술하는 것이 바람직, 갑상선 50% 절제, 수술후 생활하는데 지장없음"
아픈 곳이 전혀 없는데도 갑자기 드라마 주인공 되는 느낌이 팍! 듭니다.




수술일정잡기
2011년 9월 말로 수술일정 잡고, 회사에 알려서 주요 업무 일정 조절하고
개인적으로 진행하던 다양한 활동 모두 일정 조정했습니다.
다행히 모두들 걱정말고 일단 건강부터 찾으라고 해 주시더군요.
고마운 마음이 마구 샘솟았습니다.

유비무환, 회사에서 지원되는 의료비와
미리미리 들어놓은 암보험으로 치료비 걱정은 안 되었습니다.
참고로 갑상선암은 최근 너무 흔한 질병이 되어 암보험에서도 생략되는 추세입니다.


수술전 검사

2011년 9월 23(금) 준비 검사
수술에 앞서 초음파, 혈액검사, 흉부X선 촬영,  CT촬영 등을 합니다.
CT촬영은 처음해 보았는데 검사기기에 선명하게 찍힌 PHILIPS 로고를 보니
왠지 모를 신뢰감이 생깁니다. 이것이 바로 브랜딩의 효과인가 봅니다.
윙윙 소르를 내는 원통형 장비에 들락날락하면 촬영이 끝납니다.
촬영 중에 몸이 뜨거워지는 주사를 맞으니
수식간에 온 몸에 후끈 파스 100장 붙인 느낌이 납니다.

입원
2011년 9월 28(수) 입원
입원 당일 오전 10시 병원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오후 3시 이후 2인실 입원'
100만년 만에 면도부터 깨끗히 하고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가방을 꾸립니다.



여행용 가방에  속옷, 책, 맥북, 색연필(?) 챙겨서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병원도착.
입원 수속하는 날에는 반드시 보호자가 필요합니다.
평소에는 제가 아내의 보호자인데 환자가 되니 역할이 바뀌는 군요.




2인실 입원 수속 끝내고 병실에 가니 호텔에 체크인 하는 느낌?입니다.
전혀 환자 같은 느낌이 없었는데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니 바로 아픈사람처럼 변신.



환자복 이거 신기한 물건입니다.
옷에 따라 심리적 생체적 운동능력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직접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6시 저녁식사가 나옵니다.
아프지도 않은데 침대에 앉아 밥먹으니 세상 편함합니다. 호텔같습니다.

수술에 앞서 면도사가 가슴의 털을 면도합니다.

아까운 내 가슴털. 다시 기르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군요.

전날은 밤 12시 부터 금식입니다.
11시까지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병원 돌아다니고


(아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성균관스캔틀 쫌 보고 일찍 잘자리에 듭니다.

수술
2011년 9월 29(목) 수술 당일
운 좋게 오늘의 첫번째 수술로 잡혔습니다.
굵은 바늘(응급상황에 대비해 굵은 바늘을 사용) 꽂고 몇가지 서류에 싸인하고
내의 모두 벗고 수술복 갈아입습니다.


환자 같지 않고 의사 같다고 아내가 칭찬해 줍니다.


이제 수술실로 가는 침대에 타고 천정을 보며 이동합니다.
영화에서 많이 본 장면이라 익숙합니다. 역시 주인공이 된 느낌.
수술방은 서늘합니다. 천정의 복잡한 장비들이 있어보입니다.
이름, 생년월일, 무슨수술하는지를 묻고
입에 산소마스크 같은 것 쓰고 심호흡 5번 하니 전신마취의 세계로 입장!

2시간 경과.
눈이 번쩍 뜨는 순간, 이미 수술은 끝나 있습니다.
전신마취에서 깨어나니 새로 태어난 느낌입니다.


목소리도 나오고, 숨도 쉴수 있고, 침도 삼킬 수 있습니다. 모든게 정상.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고 회복실로 이동합니다.
5cm 정도의 상처를 남기고 나비모양의 갑상선 오른쪽 50%를 절제했습니다.

전신마취를 하는 동안 인공호흡장치를 통해 호흡을 하므로
폐의 기능이 위축되어 있답니다.
수술직후에는 잠들면 안되고 2시간 정도 심호흡을 해야 합니다.
저는 말똥말똥 졸립지 않고 살고자하는 의지로 열심히 심호흡했습니다. 푸핫!
목소리는 약간 쉬었지만 잘 나옵니다.
목넘김은 조금 고통스럽습니다.

무통주사
1시간에 2ml, 15분마다 0.5ml를 직접 넣을 수 있는 무통주사입니다.
0.5ml면 병아리가 한쪽 눈 감고 흘리는 눈물의 양입니다.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쌉니다.
수술전에 선택하라고 하는데 가격은 말해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 아프지 않습니다.
단점은 미식미식하고, 소변 누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간 중간 잠그고 지냈습니다.


수술 당일 오후

휴게실에 앉아 있는데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예술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에코백에 그림을 그려 직접 가져간다고 하네요.
물만난 물고기 마냥 열심히 페브릭 크레용으로 에코백에 그림을 그립니다.
수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순간입니다.



URBANIZED 스타일을 패러디 했습니다.
강사 선생님이 잘한다고 칭찬받았습니다.



저녁 식사부터 죽이 나옵니다.


맛있게 먹고  아이스크림 먹고 양치질하고
TV쪼금 보다가 스스륵 잠이듭니다.


하루 경과
9월 30(금) 수술 다음날

오전 7시, 신지라는 이름의 갑상선약을 식사 30분 전에 복용합니다.


항생제와 소화제, 기침안나는 약도 먹습니다.
수술 후 겨우 20시간 정도 지났는데 살만합니다.
전날보다 목소리도 좋아지고 목넘김도 고통이 덜합니다.

병실 입구의 환자 이름표가 별로 이쁘지 않아서
색연필로 예쁘게 꾸며주었습니다.

간호사 언니들이 급친절모드로 변하면서 이쁘다고 말 걸어 주십니다. ^^
역시 예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줍니다.
무통주사를 잠그고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오후에는 같은 팀의 동료들이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문병을 왔습니다.
3일만에 보는 것인데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요.

잠시나마 재미있게 웃고 이야기 나누니 살맛납니다.
요런 것이 문병의 재미군요.


고칼슘식
갑상선에 붙어있는 부갑상선에서는 칼슘을 조절합니다.
그런데 갑상선과 함께 부갑상선이 제거되면 칼슘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요.
칼슘이 부족하면 손발이 저리고 눈거풀이 파르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수술 후에는 고칼슘 우유가 포함된 고 칼슘식이 제공됩니다.


저는 다행히 별 증상이 없었습니다.
커피는 칼슘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이제 부터 끊기로 했습니다.
 


퇴원
2011년 10월 1(토) 수술2일 후 퇴원

토요일 오전 퇴원 했습니다.
주의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일상생활가능
- 고칼슘 식이요법
- 수술부위 가리고 샤워가능
- 감염예방 및 감기조심

퇴원상태
- 의식상태 명료, 도보, 자가 귀가


[팁] 의사 선택하기
감상선암도 암이라 '암선고(?)'를 받는 순간 많은 분들이 명의(?)를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경우도 갑자기 주위에서 수 많은 명의를 추천해 주시더군요.
그러나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선택도 골치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명의를 찾아 먼거리를 찾아가거나
수술 날짜까지 오랜시간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질병과의 싸움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과
의사에 대한 신뢰입니다.
일단 자신의 주치의가 마음에 드신다면 딱! 믿고
의사선생님이 하라는 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괜히 인터넷 검색해서 이것 저것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마시기 바랍니다.


갑상선암을 선택하라?
갑상선암에 대한 가장 좋은 비유가 있습니다.
만일 신께서 "내가 너에게 암을 선물로 줄테니이 하나만 골라라" 하시면
"갑상선 암이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현명한 것입니다.

갑상선암이 아무리 '순한암', '거북이암'이라고 해도
일단 '암수술'을 체험하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아프고 나니...
만일 다른 방법으로 저에게 경고를 주었다면 저는 말을 듣지 않았을 겁니다.
다행히 '갑상선암'이라는  약간의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질병을 겪고나니
역시 새로 태어난 느낌입니다.
이제부터 더욱 더 행복하게 균형을 가지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께요!

아프고 나니...
1. 마누라가 최고 입니다.
2. 아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스카이프로 만났어요.
3. 40세 이전에 보험 미리 미리 들어야 합니다.
4. 이제 부터 진짜 착하게 살겠습니다.
5. 마누라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이상 3박4일 암체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