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그리기'라는 제목과 달리
매일 매일 못 그리는 경우도 생기는 군요. ^^

그래도 매일 매일 그리겠다는 마음으로
일주일에 3~4장은 그립니다.

3월 2주차까지의 그림들 사연과 함께 소개합니다.




2012.3.4  청소기

휴일 오전.
청소기를 돌린다.
어째 상태가 영 시원찮다.

구입 후 처음으로
가득 채워진 먼지통을 비운다.

세상에나!!! 축구공만큼 큰 먼지 뭉치가 나온다.
이 먼지가 전부 우리집에 있었단 말이냐?
다음부터는 야구공 크기가 되면 비워야겠다.

매일 매일 청소해도 먼지가 이렇게 생기는데
가끔씩 청소하면 먼지가 전부 뱃속에 들어가겠네.
나중에 뱃속에서 먼지공 나오겠구나.








2012.3.8 펌프

창고 구석에 쳐 박혀 있던
바람 빠진 축구공.

비상계단 난간에 메달려 있던
비실 비실 자전거.

한때는 신나게 같이 놀던 이녀석들이
최근 몇달간 자기 구실 못하던 터라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미웠다.

싸구려 중국산 펌프 하나 사왔다.
빨래집게 모양 꼭! 찝으니
작은 구멍으로 바람이 슉슉~ 잘도 들어간다.

1분도 안 돼 금방 쌩쌩하게 되살아난다.
언제 찌그러져 있었냐는 듯이 살아났다.

니들이 미운게 아니라
내가 미운 거였구나.

바람 빠져 힘든 사람들을 위한
펌프는 왜 없는 걸까?







2012.3.10 저글링.

누가 그랬지.
인생은 저글링과 같다고.
그래서 일단 3개 돌리는 연습중이다.

가족. 일. 개인의 균형잡기.

속초 가족 여행와서
하루 종일 신나게 돌아다니고
만난 것 먹고
가족들 모두 잠든 시간.

나는 이불 위에서 저글링 연습하고
가져온 그림도구로 예술하고.

재미지다.
이런 게 행복이지.
인생 뭐 별거있나





2012.3.12 배려

오늘은 아내느님의 탄생일.
아내의 지인이 별다방 기프티콘을 보내주셨다.

혼자 먹으면 재미없으니
서방님과 함께 먹으라며 2개를 보내주셨다.

너그럽고 배려심 돋는 그분 덕분에
우리 부부 잠시나마
생일기념 된장부부 놀이를 했다.

고맙습니다.!







2012.3.16  창작 도구

무엇인가를 창작하기 위한 도구 중
가장 정직하고 가볍고 저렴한 것이
바로 펜이다.

쉽게 구할 수 있고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고
손의 움직임을 따라
그림도 글도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들은 정직하다.
그들은 잔꾀를 부리지 않는다.
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내가 생각한다.
내가 결정한다.
내가 명령한다.
내가 그들의 주인이다.

창작의 본질은
내가 도구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2012.3.17 시계

토요일 오후
강남역 카페베네.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나 남아
조용히 책을 읽고 싶었지만
옆자리 버터발음 여인의 신세 한탄에
글자가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책읽기와 옆자리 이야기 듣기는
모두 좌뇌를 사용하는 활동이라
한꺼번에 하는 것이 불가능.

책을 덮고 스케치북과 휴대용 물감을 꺼내
벽에 보이는 커다란 시계를 그린다.

좌뇌와 우뇌가 자신의 임무에 돌입한다
오 신기한 체험.
그림 그리는 것에 몰입하는 동시에
벽돌 하나하나를 그리며
옆자리 여인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들린다.

사연인 즉,
뉴욕에서 유학까지 마치고 왔는데 백수라는 것
자기보다 영어도 못하는 X는 취업을 했는데
왜 자기는 안되는지 모르겠다는 것.
엄마가 사지 말라고 했는데 OO을 카드로 질러 버렸다는 것
미국으로 가버리고 싶다는 것
아빠에게 돈이나 달라고 해서 여행이나 다녀야 겠다는 것.
미국에서 놀 때가 그립다는 것. 등등

미국생활을 했으니 영어는 잘하겠지만
세상은 그리 녹녹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 덜 배운것 같다.
이 친구의 삶에는 스펙만 있을 뿐, 스토리가 없었다.
더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을 뿐 나눠준 이야기가 없다.
버터발음은 있었지만 지혜는 없었다.

결론.
카페에서 그림 그리면 옆자리 이야기가 잘 들린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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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진호 일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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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19 00:3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정진호 2012.03.23 05: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네~ 철들고 예술하는 모든 분들 파이팅!입니다.
      나중에 그림 보여주세요.
      기대하겠습니다.

  2. BlogIcon 제젯 2012.03.20 06: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윽 마지막글이 돌아보게 만드네요.
    "더 가지려고 노력했을 뿐 나눠준 이야기가 없다."

    종종 글과 그림 사진을 보는데요 소소하게 글에서 묻어나는 행복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행복하세요 :)

    • 정진호 2012.03.23 05: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네~ 응원 고맙습니다.
      자주 놀러오시고 종종 댓글도 남겨 주세요~

  3. subscriber Doe 2012.03.20 12: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선생님 블로그 구독 하는 사람입니다.

    다름 아니라 David Kassan이라는 사람이 iPad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게 됐어요. Artrage라는 프로그램과 Nomad라는 브러쉬를 이용해서 그리는 데 흥미로웠습니다. http://www.youtube.com/user/DavidJonKassan

    선생님께서 한 번 해보시면 어떨지 그리고 어떤지 경험을 좀 공유해주시면 어떨가 합니다.

    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정진호 2012.03.23 05: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1년전 쯤 타블렛과 아트레이지로 그림을 몇장 그려보았습니다.
      http://www.flickr.com/photos/phploveme/sets/72157625495719299/

      제가 그림을 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와 즐거움인데
      타블렛으로 그리니
      재미도 없고 즐겁지도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결과물도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손이 마음대로 움질일때 까지는 종이에 그리고 있습니다.

      나중에 손이 내맘대로 움직이는 수준이 되면
      한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4. 긍정해나 2012.03.31 10: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와! 교장님
    역쉬~ 그림도 글도 모두모두 감동예요.
    어쩜 그림실력도 날로 느시지만 글솜씨도 이리 좋을까요
    짧으면서 여운있고 감동하고... 너무 좋아요. ^^

    항상 찌릿찌릿 느끼게 해주시고 따라할 수 밖에 없게 되니 팬이 안될 수 없어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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