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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처음 만나본 E-Book 이야기 - 아이리버 스토리 K

일상예술가 2012. 2. 29. 05:23
많은 책은 아니지만 평소 출/퇴근 시간과 집에서
하루 30분 정도는 책을 읽습니다.

E-Book에 대한 기사는 많이 보았지만
'그래도 책은 역시 종이 책이지…'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 10만원 미만의 이북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아이리버 스토리 K 였죠.

개인적으로  20~30만원이 넘는 이북 리더기는
마음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 녀석은 달랐습니다.
만일 체질적으로 도무지 이북이 맞지 않아도
쓸데없는 짓(?)이라는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정 못쓰겠다면 지인에게 선물로 줄 수도 있는 부담없는 가격이죠.

퇴근하고 집에 오니 스토리K가 도착해 있습니다.
소문대로 간촐한 포장상태입니다.





기능이라고는 오로지 책읽는 것 뿐.
잡스러운 기능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구입했다면 정말 만족할 수 있습니다.

그 흔한 터치도 안되는, 싸구려 같은, 장난감 같은 모습에
아내도, 아이들도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이 아빠는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





키감이 썩 좋지는 않지만
장난감 같이 꾹꾹 누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북의 장점은 가볍고 작고 종이책의 느낌이 난다는 것


한번 충전하면 6주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화려하고 눈부신 백라이트따위는 없습니다.
그래서 별도의 조명이 필요하지만
종이책과 비슷한 소박한 느낌도 나고
햇빛 아래에서는 더 잘 보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눈깜빡 할 사이에
작은 E-잉크 알갱이들이 바삐 자기 자리를 찾아 갑니다.
그리고 한 페이지를 다 읽을 때 까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전원은 오직 잉크 알갱이들이 새로운 자리를
찾아 가는 동안에만 필요합니다.
그래서 배터리가 한번 충전하면 6주나 간답니다.



E-ink의 장점
책을 읽는 중(정지화면)에는 전력소모가 없음
한번 충전시 14,000 페이지
일반 LCD와 달리  백라이트 없음
눈의 피로 없음
실제 책과 비슷한 느낌


단점
흑백 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잉크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깜빡 합니다.
제품 내구성은 떨어집니다. 그래서 소중히 다루어야 합니다.
앱? 그런거 없습니다. iPad와 비교하면 안 됩니다.

오직 책만 볼 수 있습니다.
게임, 인터넷 이런거 안 됩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원의 책을 넣으니 자꾸 이책 저책을 넘나들며 짧은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수백개의 채널을 가진 케이블 TV를 볼 때 처럼 말이죠.


향후 전자종이 시장은 LCD 패널을 채택한, 책도 읽을 수 있는 태블릿 컴퓨터
전자잉크 패널을 채택한, 책만 읽을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로 양분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아이패드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태블릿 컴퓨터가 우세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단정 짓기에는 이른 상황입니다. 인간을 너무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아이패드는 화려하고 멋지지만
저의 생활 패턴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너무 무겁고 거추장 스럽기 때문이죠.
전자책은 소박하지만 나의 생활 패턴을 바꾸 수 있을 것 같군요.

물론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도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책도 읽을 수 있는 것'과 '책만 읽는 것'은 다른 제품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으면 눈이 빠지고
아이패드로 책을 읽으면 팔이 빠진다
이북리더로 읽으면 책에 빠진다.'

저는 전자책이 테블릿PC와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이것 저것 다양한 기능을 가진 삼성전자 전자책 단말기 파피루스는
42만9천원에 출시했는데 거의 팔리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전자책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10만원 입니다.
전자책의 경쟁력은 전자 잉크에서 나온다고 본다.

아이패드를 사용한 시간은 1년이 넘지만
정작 이 기계를 통해 책을 '읽은' 시간은 몇 분 되지 않는다.
'나는 책을 읽고 있어' 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사실 나는 '손가락으로 책을 밀어 내며 훝어 보고' 있었죠.

화려하고 멋진 LCD 액정, 다양한 기능의 타블렛 PC는
'글자'에 몰입하기 어려웠지만
소박하고 잔잔한 전자잉크는 저에게 책을 읽는 경험을 확장시켜 주었습니다.

하루 30분 이상 책을 읽는 중년남에게 추천합니다.
신간은 너무너무너무 비싸서 사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는 알고 싶지 않고
절대 그가격을 주고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대신 어린 시절에 못 읽은 고전을 읽고 있습니다.
이건 매우 쉽게 구할 수 있더군요.
톨스토이, 어린왕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이런 오래된 고전들이
40대 아저씨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이
감동적이었습니다.

10대 시절에 왜그리 선생님들이 고전을 읽으라고 이야기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선생님이 40대 아저씨들이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밤도 저의 소중한 공간에서 저 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전자 잉크를 보며 든 생각.
'디저털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날로그를 완벽하게 흉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