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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들

[단상] 타이어 사망과 고마운 분들

일상예술가 2012. 5. 20. 04:40
토요일 밤.
콘서트 구경하러간 아내와 딸을 잠실에서 픽업해 온다.

외곽순환도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길 하복판에 1.5m 정도의 플라스틱 같은 괴물체 발견.

운전 경력 20년, 군운전병 출신의 정기사 순간적으로 판단한다.
급브레이크? 차선 변경? 그냥 직진!
덜커덕 #$%*&^^!@!&^%$ 소리가 났지만 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집에 거의 다 도착했는데 차가 이상하게 무거워진 느낌이다.
내려서 살펴보니 운전석 뒤쪽 타이어 사망.



한밤중 긴급 출동 서비스를 부르니 5분만에 달려 오신다.

기사님 한참을 살펴 보더니 옆구리가 터져 재사용 불가 판정을 내린다.
8년동안 트렁크에서 세상구경 못 하던 미니 타이어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음... 뭐랄까.. 나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아무 사고 안나고 다치지 않은 것과
작은 크기의 앙증맞은 미니 타이어가 귀워여 자꾸 미소가 지어진다.


날이 밝자마자 타이어를 신발보다 싸게 파는 곳으로 간다.
늘 지나치던 곳인데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타이어 교체를 요청하고
젊은 사장 일하는 모습을 꼼꼼히 지켜본다.

묻기도 전에 내가 궁금한 것을 다 알려 준다.
말투와 몸가짐도 믿음직스럽다.
일요일도 영업하냐고 물었더니 365일 하루도 안 쉰단다.



한짝만 바꿀려고 했는데 사람 좋아 보이는 주인 덕에 4짝 모두 교체했다.
10만 킬로가 넘은 차답게 4년전에 교체한 타이어들의 수명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생각났다.

새로 교체한 타이어를 기계에 물려 돌려보더니 15g짜리 추를 붙여준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슬로건도 생각났다.
 


우리 애마에 새 타이어를 끼우니 어린시절 새 신발 선물 받은 듯 내가 다 기뻤다.



타이어 교환을 마치고 나니 바로 옆에 세차장이 있었다.
마침 쿠폰이 있어 천원내고 자동 세차를 했다.
세차를 하는데 청소용 물티슈를 준다.
내친 김에 내부까지 반짝 반짝 청소를 했다.

오후에 이 차에 귀한 손님을 모시고 좋은 곳에 가야 하는데
모든 준비가 끝났다.

타이어 펑크가 오히려 감사한 아침이다.

미니 타이어도 긴급출동 서비스 기사도...
젊은 타이어가게 사장님도...
세차장 아저씨도...

모든 것이 감사할따름이다.